돼지고기, 덜 익혀먹어도 될까?

최근 돼지고기를 파는 인기 식당에 방문했다. 직원이 고기를 구워주면서 선홍색의 육질이 선명한데도 “다 익었다”며 “납품받는 고기는 건강한 사료를 쓰기 때문에 덜 익혀먹어도 된다”고 했다. 평소보다 덜 익힌 고기를 먹는다는 것이 낯설긴 했지만, 마치 소고기를 덜 구워먹었을 때 느끼는 육즙과 감칠맛이 뛰어났다.

소고기는 굽기 정도에 따라 ‘레어’ ‘미디움’ ‘웰던’ 등으로 나눠서 다양하게 즐기는 반면, 돼지고기는 왜 늘 굽기 정도를 달리 하지 않고 바짝 익혀서 먹었는지 다시 생각하게 됐다.

돼지고기, 덜 익혀먹어도 될까?

지난해 배우 차태현씨와 조인성씨가 전라도 지역의 한 슈퍼마켓 영업을 맡게 되는 예능프로그램이 있었다. 정육점을 함께 운영하는 이곳에 지역 주민들이 찾아와 “돼지고기 육회를 달라”는 장면이 나온 적이 있었다. 당시 서울 출신의 배우들은 돼지고기도 육회로 먹는다는 사실에 놀라며 시식을 해보기도 했다. 전라도에서는 그날 도축한 돼지고기를 신선한 상태의 날것으로 김치나 양념 등을 가미해 먹는 육회를 즐긴다.

 

돼지고기를 실제로 덜 익혀먹거나, 날로 먹어도 건강에는 문제가 없을까. 일단 전문가들은 고기의 생육 상태나 도축 상태를 소비자들이 투명하게 알기 어렵기 때문에 가급적 익혀 먹는 게 안전하다고 말한다. 특히 기생충에 감염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돼지고기 기생충 주의하세요

사료 외에도 다양한 음식을 먹고 자란 소와 돼지에게는 기생충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소는 초식 동물이지만, 돼지는 잡식동물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기생충에 감염될 가능성이 크다.

돼지 근육에 기생하는 유구조충이라는 기생충은 사람 소장에도 기생하게 된다. 심한 경우 기생충 알이 소장 벽을 뚫어 치명적 손상을 일으킬 수도 있다.

소나 돼지의 근육에 기생하는 기생충은 고온에서 조리를 하게 되면 사멸하는데, 특이한 점은 돼지와 소에 기생하는 기생충의 사멸 온도가 다르다는 것이다. 돼지의 기생충은 중심 온도가 77도 이상인 경우, 소의 기생충은 중심 온도가 65도 이상이면 사멸한다. 상대적으로 돼지의 기생충 사멸온도가 더 높다. 이 때문에 ‘소는 상대적으로 살짝 익혀 먹어도 되고, 돼지는 바짝 익혀먹어야 한다’는 말이 나왔을 걸로 추정된다.

최근에는 돼지를 기르는 축사들의 환경이나 위생이 개선됐다. 이 때문에 돼지를 덜 익혀먹는다고 해서 기생충에 반드시 감염되는 건 아니다. 위생적인 환경에서 길러지고 도축된 돼지는 덜 익혀 먹더라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반대로 소고기라고 해서 다 감염 위험이 없는 것도 아니다. 위생 관리에 따라서 소고기 패티 같은 경우에는 충분히 익혀먹지 않으면 ‘햄버거병(용혈성 요독 증후군)’에 걸리기도 한다.

식중독 조심하세요

다만 식중독은 소나 돼지의 도축 환경과 별개로 항상 조심해야 한다. 위생적인 환경에서 길러졌다고 하더라도, 도축이나 유통 과정에서 대장균이나 포도상구균과 같은 균에 노출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고기를 덜 익혀 먹게 되면 살모넬라균에 의한 식중독이 발생할 수 있다. 돼지 뿐 아니라 대부분의 고기를 먹을 때 익혀 먹는 게 안전한 이유 중 하나다.